진퇴양란
진퇴양란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1.01.0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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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선 수필가.
이재선 수필가.

요즘 날씨는 진퇴양란이다. 옷을 좀 두껍게 입으면 덥고 좀 얇게 입으면 춥다. 계절 앞에 서면 변덕스런 사람 마음을 느낀다. 시월 하순 날씨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하지만 걷기운동하기에는 좋다. 날씨 덕인지 공원에는 운동 나온 사람들이 많다. 여름에 운동할 때는 사람이 스칠 적마다 땀 냄새로 불쾌했다. 그런데 지금은 빨래한 옷을 처음 입었을 때의 상큼한 향이 나서 좋다.

쉬는 날이 많아서 요즘은 공원 보다 사람이 적은 뒷산으로 산책을 자주 간다. 마스크에 점퍼까지 챙겨 입고 나선다. 30분쯤 걷다보면 점퍼가 부담스러워진다. 산 정상까지 오르면 벗어서 허리춤에 묶는다. 산 한 바퀴를 돌아 1시간쯤 걷다보면 입고 온 점퍼가 짐처럼 느껴진다.

산에서도 사람이 없을 때는 마스크를 벗지만 누가 오는 기척이라도 나면 얼른 쓴다. 사람 만나는 게 두려워서 무의식중에 몸이 반응을 한다. 열 달 동안 썼다 벗기를 반복한 마스크는 이제 누구랄 것 없이 자연스럽게 쓰고 다닌다. 어린이집 다니는 조카는 식당에서 밥숟가락 놓기 무섭게 마스크를 쓴다.

그리고 쓰지 않은 어른들에게 빨리 쓰라고 재촉한다. 재촉하는 조카가 귀엽기는 하지만 안쓰럽다.사람마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난 주로 여행으로 푼다. 기회가 있을 때 외국의 낯선 곳을 다녀오면 에너지가 생긴다. 물론 국내에도 갈 곳이 많지만 나이가 좀 들어도 마음만 먹으면 국내여행은 언제든지 갈 수 있기에, 여유가 되면 외국여행을 간다.

올 초에도 가족 여행을 해외로 다녀왔다. 다녀오고 나니 코로나19로 갑자기 온 나라가 술렁거렸다. 잠시 잠깐 머물다갈 전염병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올 해는 유럽을 가기위해 몇 년 동안 넣었던 적금이 만기되어 떠나기만 하면 되었다. 멀리 떠나게 될 여행 계획을 세우느라 신이 났다. 얼마 있으면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떠날 생각에 무슨 일을 하던지 힘들지 않고 즐거웠다.

그런데 괴질은 잦아드는 게 아니고 점점 문어발처럼 뻗어 나가고 있다. 코로나19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쟁수준이다. 여행객을 막는 나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재기하는 외국 사람들을 뉴스에서 볼 때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울부짖어 온 나라가 초상집을 방불케 하고 있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못 살겠다고 아우성을 쳐대는 모습은 우리가 바라던 모습이 결코 아니다. 조금만 있으면 조금만 있으면, 돌아 올 것 같은 평범한 일상은 바람일 뿐인지 두렵다. 언제 다시 평온했던 지난날이 올지 몰라 살얼음판을 걷듯이 주의를 살핀다.

사람은 적응을 잘 하는 동물 중에 으뜸이다.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빼앗긴 고통을 겪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6,25 전쟁을 겪은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선조들은 죽을힘을 다해 싸우고 견뎌서 후손에게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이 무서운 괴질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아니란 법이 없다. 나만 아니면 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하는 시점에 온 것 같다.  나와 너를 가리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이겨내야 한다. 아무리 무서운 코로나 19도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을 피해 가리라.

단지 여행을 못 가서 우울했던 자신을 바라본다.그날이 그날 같았던 평화로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잊고 살았다. 앞으로 나가기도 어렵고 뒤로 돌아기기도 어려울 때는 잠시 머무르면서 제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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