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음악여행
가을 음악여행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0.12.0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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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순 수필가.
이명순 수필가.

가을이 끝나기 전 좋은 기회가 자주 생겼다. 음성에서 지역 문화 행사들이 조심스레 개최된 까닭이다. 눈길 머무는 곳마다 시선을 잡는 오색 단풍들을 즐길 여유도 없었는데 음악 여행으로 맘껏 즐기며 보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

첫 번째 시작은 품바 쇼케이스 공연이었다. 작년에는 서울에 가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쇼가 열렸는데 올해는 음성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했다. 이번 해에는 아쉽게 축제를 접어야했지만 내년에는 성황리에 개최되기를 바라는 쇼케이스 공연이다. 걸죽한 입담과 해학으로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품바 타령에 입꼬리가 승천한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며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었던 트롯 가수들의 공연은 눈과 귀를 만족하게 했고 모처럼 손바닥이 아프게 박수를 치며 즐겁게 감상했다.

두 번째 공연은 음악협회 정기 공연이다. 매년 음악협회 회원들이 다채로운 공연을 보여준다. 이번에도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 등 성악가들이 가을밤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곡들을 들려줬다. 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이어서 피아노, 팬플릇, 하프, 바이올린, 첼로 등 악기 연주와 국악 공연 등 다양한 형태의 음악 연주가 이어졌다. 청아한 하프 소리와 팬플릇 연주에 귀를 기울이며 내 안에 가라앉았던 무거운 응어리가 풀리며 드넓은 초원을 달리듯 자유로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세 번째 공연은 가을 음악회의 정점을 찍은 공연이다. 클래식과 뮤지컬 콘서트로 'BEST & BEST"라는 공연에 어울리게 유명 뮤지컬 가수들이 출연한다 해서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표가 매진될 정도였다. 유료 공연은 온라인으로 표를 예매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자주 보기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작은 딸이 관심있는 뮤지컬 가수가 나온다고 하여 어렵게 표를 한 장 구해줬다.

작은 딸은 좋아하는 공연이나 영화를 보러 갈 때 혼자 간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에게 갈 수 있냐고 하는데 이번에는 나도 혼자서 간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 혼자 가는 게 걸렸는지 큰 딸이 마침 쉬는 날이니 같이 가겠다고 한다. 때마침 표도 한 장 더 구할 수 있어서 모처럼 큰 딸과 같이 저녁을 먹고 음성문화예술회관으로 향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서곡으로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작됐다. 개인적으로 오케스트라 연주를 좋아하기에 난 음악에 빠져들었다. 이어서 더블베이스, 바이올린 연주에 이어 우리 귀에 익숙한 뮤지컬 공연이나 영화 음악 OST가 연주되었다. '오페라의 유령'을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으며 가슴이 쿵쾅거림을 느꼈고 마치 뮤지컬 공연장에 와 있는 착각에 가슴이 일렁거렸다. 

이어지는 유명 뮤지컬 가수의 공연에 객석에 앉은 관객들은 환호했다. 그들도 올해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기가 싶지 않았는데 모처럼 관객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노래를 부르니 행복하다고 한다. 화려한 조명 아래 관객들의 박수와 가수의 노랫소리,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삼위일체가 되어 공연장을 들썩이게 했다.

올해 들어 처음이자 끝으로 본 세 공연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마무리하고 나오니 가을 밤바람의 차가운 공기도 푸근하게 느껴졌다. 지역 사회에 살면서 이처럼 수준 높은 공연을 볼 기회가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가을 음악 여행은 힐링의 시간이었다. 내 안에 소진된 에너지도 가득 채워졌으리라. 공연의 여운을 가슴에 품고 자주 공연을 보러 오자고 딸과 약속했다. 이 약속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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