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화단에 자리 잡은
왕벚나무 한그루
초여름 햇살 아래
제 몸 크기의 그늘을 달고
까만 열매를 떨어트리고 있다
가지 떠난 열매는
지난봄을 기억하는지
벚꽃 낭자하던 그 자리에서
한 폭 수묵을 친다
장맛비 내리고
투명 물감처럼 번지는 빗방울에
서서히 지워져 가는 수묵화
가을이 오면, 다시
단풍잎으로 그림을 그릴 것이다
한 폭 담채화를 그려놓고
쓸쓸한 모습으로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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