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지아 한 다발
프리지아 한 다발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0.06.10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희진 수필가.
강희진 수필가.

프리지아 한 다발을 받았다. 사무실에 꽂아 두었더니 활짝 피어 향기롭다. 그 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인데 마치 처음 보는 양 꽃망울을 터트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프리지아를 선물한 커피숍 사장님의 마음이 더해져 한동안 행복 할 것 같다.

사무실에서 집으로 오는 길목 모퉁이를 돌면 커피숍이 하나 있다. 내가 자주 가는 커피 집은 따로 있어 그곳은 갈 일이 없었지만 시원한 인테리어가 눈을 띠는 집이었다. 큰아이가 사무실에 놀러 와서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말에 처음으로 들어갔다.

요즘 불면증에 시달려 오후에는 카페인 섭취를 피하고 있어 큰아이만 연한 커피를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했다. 그랬는데 두 잔을 주면서 하는 말이 어차피 내린 분량이라며 엄마랑 같이 마시라고 캐리어에 넣어 주었다.

그 마음이 예뻐 고맙다고 들고 나왔다.요즘 커피숍에 가면 1인1잔이 기본이라며 한잔을 덜 시키면 눈치를 봐야하고 나누어 마시겠다고 컵이라도 하나 달라고 하면 안 된다고 주지 않는 곳이 많다. 물론 1인1잔을 시켜야 하지만 대부분 점심식사를 한 후에 가는 경우가 많아 나눠먹고 싶을 때가 가끔 있다.

하지만 눈치가 보여 어쩔 수 없이 사람 수 대로 시키고 다 마시지 못하고 오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그날 여사장님의 마음을 본 후 그 커피숍 단골이 되었다.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아 한가하더니 요즈음 점심시간에 가면 자리가 없어 기다리고는 한다.

어쩌면 나처럼 그 사장님의 마음을 보고 오는 손님이 대부분이지 않을까싶다. 가끔씩 커피를 1인 1잔 시키지 않아도 싫은 내색 하지 않고 조심스레 나누어 먹겠다고 컵 하나 달라고 하면 큰 스푼까지 준다. 그 스푼으로 나누면 흘리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그러니 그 집을 찾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에 갔더니 코로나로 어려운 화훼 농가도 도울 겸 오전은 한가한 시간이라 직접 농가에 가서 꽃을 사온다며 생화를 테이블 마다 꽂아두었다. 꽃향기가 커피를 마시는 내내 코끝을 간지럽혀 '봄이 왔구나' 설레었다. 나오는데 프리지아 한 다발을 내 밀었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꽃은 오랜 옛날 삼국시대 늙은 노인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수로 부인에게 가는 길을 잠시 멈추고 꽃을 꺾어 받쳤다. 아직도 우리는 그 헌화가를 암송하며 꽃을 보면 즐겨 인용하고 있다.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는 좋은 것들, 쉬 표현하지 못할 것들은 꽃에 비유를 하고 마음도 형체가 없으니 꽃을 보내며 고백하는 것이 보편화 되었다. 그래서 꽃말에 의미를 부여하고 특정한 날에 꽃으로 각자의 마음을 표현한다. 심지어 장례식에도 빠지지 않는 것이 꽃이다.

나 또한 살아오면서 꽃에 대한 추억이 많다. 프리지아 한 단이 소녀시절부터 현재까지 꽃에 얽힌 무수한 인연과 추억을 소환해 주었다. 내일은 장날이다. 꽃 화분을 사와야겠다. 그리고 2020년 이 지루하고 지친 날들을 꽃을 보면서 달래 보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