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끓어오르고
동구나무에 매인 황소는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졸고 있다
오월 어느 날
줄서기 바빴던 모는 터를 잡은 듯
실바람을 탄다
앞산 묘 둥지의 엉겅퀴는
사랑 찾는 붉은 꽃을 사정없이 피워내고
뒷산 아카시아꽃은
야릇한 향을 태우며 벌을 유혹하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뜨겁게 사랑하고
서럽게 떠나는 날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는
여린 가슴을 사정없이 때렸다
그날 나는 빗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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