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극한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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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0.01.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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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선 수필가.
이재선 수필가.

남편은 tv 프로그램 중에 극한직업을 자주 봐서 들며 날며 나도 보게 된다. 이번에 본 방송은 중국에서 연근을 채취하는 작업이었다. 30년 베테랑 직원도 언제나 처음처럼 힘들고 위험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한다.

발끝부터 온 몸을 방수복으로 감싸고 종일 진흙탕에서 10시간 작업을 한다고 하니 그 고충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번 넘어지면 혼자 힘으로는 일어설 수도 없단다. 우리가 마트나 시장만 가면 쉽게 사다 먹을 수 있는 연근이지만 작업하는 사람들은 피땀을 흘린다는 말이 적절했다.

일 년에 두 달 쉬는 동안에만 가족들과 생활하고 나머지 10개월은 연근과 사투를 버린다고 얼굴이 까맣고 바싹 마른 남자는 말했다. 그 옛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몇 년 동안 휴가도 없이 일했던 우리네 아버지가 떠올랐다. 먼 나라에서 고생하는 노동자들이 tv화면에 비칠 때 우리 아버지는 집에서 농사를 짓는 게 어린마음에도 다행스럽다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 방영된 극한직업은 필리핀 라구나주에 있는 팍상한 폭포로 그 곳을 다녀온 나는 다시 또 가슴을 쓸어내렸다. 연어도 아니고 폭포를 보러 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기다란 통나무 보트의 앞뒤로 사공들이 앉아 노를 젓거나 배를 끈다.

상류로 올라갈수록 바위와 자갈이 많아 사공들이 배에서 내려 배를 밀고 끌고 하며 힘겹게 상류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를 젓는 사공만큼이나 내 마음도 힘들어 주변 경치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물살이 잔잔한 곳은 그래도 좀 괜찮았지만 물살이 센 곳은 안간힘을 써서 올라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폭포수를 온 몸으로 맞으며 절경을 감상했지만 가는 길이 험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었다. 세상에는 극한직업이 참으로 많다. 그런데 농업을 극한직업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요즘은 많은 것 들을  기계로 할 수 있고, 하늘만 바라보며 농사짓는 시대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논 몇 마지기 수준은 더더욱 아니다. 수천 평 수 만평 이상 되는 대농이다 보니 신경 쓰는 것이 많다. 우선 풍수피해가 가장 큰 문제기에 하늘 눈치를 봐야하고, 농작물 상태에 따라서 소비자 눈치도 봐야한다.

그리고 농작물시세에다, 대출이자까지 걱정해야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일손을 구하기 어려워 외국인 노동자를 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구구절절 다 읊어대기도 어렵다.

친정도 농사를 짓고 우리도 농사를 짓기에 누구보다 그 마음을 알 수 있다. 오전에 통화를 한 친구는 산짐승이 극성을 부려서 제대로 된 농작물이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이제는 하늘뿐만 아니라 산짐승 눈치까지 봐야하니 한숨만 나온다.

지난달 다녀온 제주도 밀감 밭에서 주렁주렁 달려있는 귤을 보며 탄성을 지르는 우리를 보며 자기들은 통곡을 한다고 했다. 마트에서 귤 값을 보니 통곡할만했다. 귤 하나에 농민의 삶이 녹아 있는 것에 비해 턱없이 싼 귤 값 앞에 숙연한 마음까지 들었다.

값이 왜 이렇게 싸냐고 묻는 내 질문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직원은 짓고 있었다. 한 번 망가지면 일 년을 기다려야하는 농업은 극한직업 중 극한직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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