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함께하는 새해가 되길
행복이 함께하는 새해가 되길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19.01.04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순 수필가.
이명순 수필가.

사회통합프로그램(KIIP) 한국어 교육 100시간의 과정이 끝났다. 편안한 마음으로 단계평가에 임하라고 했지만 학생들에게 시험은 늘 긴장되고 어렵다. 일요일마다 힘들고 피곤해도 단계이수를 위해 빠지지 않고 출석한 덕분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평가 자격을 얻은 것만도 보람 있었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에게 마지막 관문인 평가도 최선을 다하라고 격려했지만 늘 그렇듯이 평가 결과가 나오면 희비가 교차한다. 

좋은 결과를 얻은 학생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아쉬움과 허탈함에 공황상태다. 일찌감치 포기하고 재이수를 하겠다는 학생들은 그래도 괜찮다. 한 학기 100시간을 재이수하면 단계를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초나 상반기 중에 비자가 만료되는 학생들은 갑자기 조급해진다. 마음만 급해져서 다른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하는데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안타깝다.

외국인노동자들이 국내에 머물 수 있는 최장 기간은 4년 10개월이다. 그 이상 거주하기 위해서는 체류 비자를 전환해야 하는데 비자 전환 요건에는 거주 기간, 나이, 학력, 소득수준, 한국어능력, 사회봉사 실적 등을 점수로 환산한다. 신청자가 많다 보니 상한선이 조금씩 올라가는데 그 중에 한국어 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선택의 여지없이 한국어 공부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이번 평가가 중요하다며 꼭 합격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던 학생이 떨어졌다. 며칠 동안 매일 카톡으로 나를 부른다. 대답하면 더 이상 말이 없다. 직접 만났다면 손이라도 잡아주며 위로하고 싶지만 온라인 이모티콘으로 하는 위로가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어느 날은 그냥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한다. 속상하고 마음이 아픈데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으니 나를 불러보는 그 마음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울린다.

소극적인 학생에게는 위로도 상처가 될까 조심스럽다. 그나마 밝고 긍정적인 학생에게는 한국에서 5년 가까이 지냈으니 이제 고향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라고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국에 머무는 것이 가족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대답한다. 타국 생활이 외롭고 힘들어도 참고 견디면 그만큼 가족들의 여유로운 삶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고향에 가서 힘들게 일해도 경제적인 소득을 한국만큼 성취하기 어렵고 취업의 기회도 많지 않기에 이곳에서 꿈을 실현하고 싶은거다. 

그런저런 많은 사연들을 뒤로 하고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때론 치열하게 때론 한가롭게 올 한 해도 보냈다. 저물어 가는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늘 아쉽다. 나이가 들수록 빠르게 느껴지는 세월의 속도에 아쉬움도 커가지만 어쩌겠는가. 삶의 한 장을 또 그렇게 소중히 갈무리 하며 새해를 맞이해야겠다. 

송년을 보내며 희망찬 신년을 맞이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이 이 추운 계절과 달리 따뜻해지길 바란다. 2019년은 기해년(己亥年) 돼지띠의 해다. 돼지가 주는 넉넉함, 풍요로움을 기대하고 싶다. 황금 돼지가 주는 이미지처럼 모두에게 경제적인 안정과 행복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어보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