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는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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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18.12.2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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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진 수필가.
강희진 수필가.

초청장이 하나 왔다. '어재연장군 기념사업회 현판식' 초청장으로 거기에는 초상화까지 그려져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이었다. 생각을 더듬어 보니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첫 화에 신미양요의 이야기가 나왔다.

처절한 전쟁의 영상이 머리에 남았고 그 전쟁으로 인해 관심을 가졌던 이름이 어재연이다. 그런데 그 분이 음성과 어떤 인연이 있어 기념사업회를 하는지 궁금했다.

설립 취지를 이야기 하러 온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어재연 장군의 후손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지 마이크를 놓지 못하였다. 어재연 장군이 태어난 곳은 옛 충주 현에 속했던 음성군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행정구역 개편으로 경기도 이천 시에 편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어재연 장군의 묘는 음성군에, 생가는 이천 시로 나뉘게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다가 음성군에서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땅이 수용돼 그 돈으로 기념사업회를 만들었다는 취지를 듣고 궁금증이 해소 되었다.

사실 나라를 위해 초개처럼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신미양요는 우리가 다 알고 있듯이 미국이 통상을 요구하며 대동강에 배를 정박했다. 조선이 응하지 않자 돌아가지 않고 백성들에게 횡포를 부리자 평양 관민들이 배에 불을 지른 사건이 제너럴셔먼호 사건이다.

몇 년 후 미국이 이를 계기로 신미양요를 일으켰다. 우리나라 군인들은 약 350명이 숨졌고 미국 군인은 단 3명만이 전사했다고 한다. 이 전쟁에서 지휘했던 사람이 어재연 장군이다.

총과 포로 잘 무장 되고 훈련받은 미군과 창과 칼로 여기저기서 모인 정열 되지 않은 우리 군대와는 처음부터 게임이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어재연 장군은 광성진에 모인 병사들에게 부채를 꺼내두고 거기에 이름을 적게 했다.

전투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라는 뜻이었고 어재연 장군을 비롯한 대부분의 군인들이 전사했다. 군인들은 창과 칼이 부러지자 흙까지 던지면서 싸웠고 미군은 결국 더 이상의 전쟁을 포기하고 물러갔다고 한다.

그들의 이름이 써진 부채도 수(帥)자 기도 모두 승자의 것이 되어 미국으로 가져갔다. 그 전쟁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고 그때의 우리나라 통치자의 마인드는 어쨌는지를 논하기 전에 광성진 전투에서 장렬하게 숨진 약 350명의 군인들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런 조상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서 산업단지로 수용되어 보상 받은 적잖은 땅값을 나누어 갖지 않고 어재연 장군의 기념사업회에 쓰기로 했다니 그 자손들도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기념 사업회가 어떤 일들을 할지 주목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겨울에 문턱에 서 있지만 오늘은 왠지 마음만은 훈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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