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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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시
  • 음성뉴스
  • 승인 2018.11.29 10:3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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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종화 시인
심종화 시인

붉은 호박을 들어내자
흙구덩이가 둥글게 파여있다
오래 앉았다 일어난 자국처럼

노란 꽃에 매달린 여린 생에
생채기라도 날까
몸 한번 움직이지 못했으리라
맷돌처럼 커지고 짓눌려도
투정 한번 부리지 않고
한 생애가 잘 여물어가도록
다소곳이 그 몸에 맞췄을 흙
주름 하나까지도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상처 하나 없는
호박의 엉덩이가
편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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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y30909 2018-11-30 20:09:12
흙에서 시인님의 인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제목 그대로 편안함이 와닿는 한편 애잔함도 느껴졌습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권민웅 2018-12-01 14:07:00
여행지에서 우연히 본 시에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덕분에 오늘 더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을 듯 합니다^^

김민섭 2018-12-01 18:46:20
그렀군요
흙이 의자였군요
좋은 시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