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머니 속은 휴지통
내 주머니 속은 휴지통
행복의 뜨락
  • 이재선
  • 승인 2018.07.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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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선 수필가.

아침 열시밖에 안 되었는데도 덥다. 오늘은 봉사단에서 인터체인지 부근으로 거리 청소를 하러 간다. 파란 쓰레기봉투와 긴 집게를 나누어 주었다. 둘이 하나씩만 주어도 될 텐데 하며 거리로 나갔다. 길옆으로 쓰레기를 주우며 걸어가다 보니 점점 허리 필 새가 없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동네라 그런지 담배꽁초가 널려있다시피 했다.

한국 사람들에 비해서 공중도덕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으며 열심히 쓰레기를 줍다보니 인터체인지 부근에 도착했다. 난 조금 전 외국노동자 운운했던 것이 창피하기까지 했다.

쓰레기를 줍는 수준이 아닌 쓰레기장을 치우는 수준이었다. 과자봉지와 음료수병, 그리고 음료수 캔 거기다 플라스틱 커피 컵, 담배꽁초하며 생활 쓰레기까지 조금 전 큰 봉투를 준다고 혼자 투덜거린 게 무색할 지경이었다.

공중도덕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괜한 사람을 비난했던 나만 부끄러움에 떨어야했다. 그렇다고 그 동네서 청소를 안 하는 것도 아니란다. 워낙 왕래하는 차들이 많으니까 감당도 안 되고 통제도 어렵다고 했다. 그냥 시민의식이 높아지기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우리 동네도 큰 길옆에만 깨끗하지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수북이 쌓인 쓰레기가 여기저기 보인다. 내 집 앞만 피해서 조그만 공터만 보이면 쓰레기장이 되고 만다. 아파트와 달리 주택은 쓰레기를 가져가는 요일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 때나 쓰레기를 내놓지 말아야한다. 잘 지키면 깨끗한 거리를 볼 수 있을 텐데 아쉽다.

가족들과 일본으로 여행 갔을 때 일이다. 그리 넓지 않은 휴양지라 호텔이 있는 곳은 한적한 동네에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시원한 공기와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일찍 일어난 김에 호텔 근처로 산책을 나갔다. 뒷골목을 거닐다 보니 너무 깔끔했다. 작은 공터에도 쓰레기 한 점 없었다.

관광지라 그런가 싶어 골목 끝까지 가 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골목 끝 즘에 꽃집이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꽃을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끄러미 바라보며 깨끗한 골목이 너무 맘에 들었다. 우리 집 뒷골목은 언제쯤이면 이렇게 될까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난 일본을 다녀온 뒤로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쓰레기가 생기면 무조건 가방에 넣는다. 과자봉지나 껌 종이는 접어서 부피를 줄이고 젖은 쓰레기는 비닐봉지에 담아서 넣는다. 가방을 안 가져 갈 때는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온다.

그래서 빨래할 때 내 옷은 주머니를 잘 뒤집어 보고 빨아야한다. 나만이라도 깨끗한 거리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싶어졌다. 우리는 선진국 국민이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살지만 쓰레기가 난무하는 것을 보면 진정 선진국 국민인지 낯 뜨거울 때가 많다.

지금은 아파트에 살다보니 쓰레기 버리는 문제가 참으로 쉬워졌다. 주택에 살 때는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날을 잊어버리면 며칠을 기다려야한다. 여름에는 냄새가 심해 정신 못 차린 자신을 원망하기 일쑤였다.

쓰레기봉투가 비싸다고 하지만, 더 비싸도 된다고  난 생각한다. 그러면 좀 더 쓰레기가 줄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이지만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면 방법이 아닐까 싶다. 내가 더럽고 싫으면 남도 더럽고 싫다는, 아주 간단한 진리를 한번쯤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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