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전기밥솥이 버려져 있다
열린 밥통 속으로 빗물이 뛰어든다
물을 품고도 뜨거워질 수 없는 비애가
빗방울을 밀어내고 있다
물만 봐도 불꽃 튀던 전기 코드
느슨한 항문처럼 축 처져 있다
증기기관차 달리듯 끌어 오르면
넘쳐흐르던 뽀얀 밥물
가쁜 숨 뱉으며 자작자작 들던 뜸
허기진 주걱이 긁어대던 빠른 음표들
밥솥은 아직 잊지 못하고 있다
제 몸에 뜨거움을 다 쏟아내지 못한 채
식어가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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