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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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뜨락
  • 한기연
  • 승인 2017.11.08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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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연 수필가.

얼마 전 지인과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간 적이 있다. 주택가 골목에 위치하고 있지만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소문난 곳이라 작정하고 12시도 안 돼서 가게 되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손님이 많았다.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찾다가 혼자서 식사를 하고 계시는 엄마를 보고 그 옆자리에 앉았다. 주문을 하고 엄마 옆에서 이것 저것 챙겨 드리며 얘기를 나누고 함께 식사를 했다.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지만 칠순의 엄마가 손수 집안 살림을 하고 계신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가서 살림을 살펴 드리지도 못하고 식사 한 끼 제대로 못 챙겨드려서 죄송했다.

마침 집 근처 식당에서 만났기에 밥값을 계산했다. 엄마는 가끔 이 곳에서 식사를 하신다고 하시면서 사장님이 천원을 덜 받는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이 드신 분이 오셔서 원하시는 음식을 주문하시고 천원을 덜 내겠다고 하셨는데 사장님께서 흔쾌히 받아들이셨단다.

그 후 엄마는 천 원 씩 덜 내면서 먹고 싶은 음식을 종종 드시러 오셨다고 하신다. 사장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오늘은 제 값을 치르겠다고 했더니 극구 사양하셨다. 15년 전 설을 지난 다음 날 엄마는 절에 가려고 집을 나서다가 쓰러지셨다.

그 때 앞 집 언니가 엄마를 발견해서 연락을 해 왔고 천안 순천향병원으로 빨리 옮겨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은 덕분에 엄마는 장애없이 회복될 수 있었다. 옆에 이웃이 없었다면 지금의 엄마 모습은 생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가끔 집 안 청소와 살림을 봐 주러 친정집에 가면 냉장고에 갖가지 반찬이 채워져 있을 때도 있었다. 친정집 뒤 쪽에서 식당을 하시는 이웃 아주머니께서 반찬을 주신다고 하셨다. 때로는 누군가 과일 몇 개를 신발장에 놓기도 하고 요구르트 봉지를 놓고 가시기도 하신다.

오랫동안 혼자 계시는 엄마를 살뜰히 챙겨 주시는 이웃을 보면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인디언 속담이 생각났다.

홀로 계시는 엄마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보살피는 이웃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내 일에만 전념하며 지낼 수 있었을까? 마을의 모든 분들이 엄마를 관심 있게 보시고 마음을 써 주시니 딸보다 낫다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한자로 사람 '人'이 서로 기대어 사는 세상을 이야기 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진리임을 새삼 느꼈다.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도 누군가처럼 엄마 곁에 있는 따뜻한 이웃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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