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찾아
그리움을 찾아
행복의 뜨락
  • 이명순
  • 승인 2017.05.1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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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순 수필가.

일요일 마다 같이 공부하던 탄 씨가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비자 만료로 체류 기간이 끝나 고향으로 간 것이다. 그는 4년 10개월 동안 한국에서 노동자로 일했다. 착하고 성실한 직장인이며 학생이었다. 고향 집에는 아내와 두 자녀가 있다. 한국에 올 때는 1살과 3살이었던 어린 두 자녀가 어느새 8살, 6살의 초등학생으로 컸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기 한 달 전부터 휴일마다 가족들 선물을 사러 다녔다. 오랜만에 가는 귀향길이니 얼마나 기뻤을까. 혼자 자녀를 양육했을 아내와 커가는 모습을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기만 할 두 아이의 선물, 가까운 친척들에게 줄 선물까지 준비하며 행복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는 고향에 갔다가 불과 몇 개월 후에 다시 한국으로 올 예정이다.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야지 않겠냐는 말에 돈을 조금만 더 벌면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십년 가까운 세월인데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기간이 너무 길다는 말에 미래의 행복을 위해 참고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간의 만남과 헤어짐처럼 기쁘고 슬픈 일이 또 있을까. 보다 나은 행복을 위한 선택이지만 아빠는 낯선 땅에서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 힘든 노동의 현장에서 땀을 흘린다. 아내는 혼자 자녀를 양육하며 살림에 보태려고 돈을 벌며 외롭게 남편을 기다린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늘 아빠를 그리워하며 그렇게 가족 모두가 그리움을 키운다.

먼 이국 땅에 와서 일하는 가장을 기다리던 아내와 자녀들이 한국에 와서 아빠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있다. 산골 오지 마을에 살던 두 자녀는 집에서 공항까지 가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이틀이 걸렸다.

인천 공항에서 버스로, 지하철로 갈아 타며 아빠 직장까지 가는데 다시 하루를 더 지체했다. 아이들에게는 힘든 여정이지만 아빠를 만난다는 기대로 힘든 여정을 참고 견디며 그리운 아빠를 만나러 간다.

그렇게 만난 가족들이 서로를 얼싸 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방송을 통해 그들을 보는 내 눈가도 촉촉해지고 진한 울림으로 가슴 한 켠이 뭉클해졌다.

몇 년만 고생하면 지긋지긋한 가난을 떨쳐 내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 그렇기에 고단하고 힘들지만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밖에 없다. 얼마 전 스리랑카의 고향을 다녀 온 학생이 고향 집 사진을 보여 준다.

새로 지었다며 고향의 어머니가 살고 계신 집을 보여 준다. 사진을 보여주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그동안 알뜰하게 모은 돈으로 코코넛 농장도 마련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하는 용접 일은 고단하지만 가족들의 행복과 미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매일 야근을 하며 하루 하루를 의미있게 살아내는 그들이다.

그들은 불청객처럼 불쑥 불쑥 찾아오는 그리움에 수시로 하늘을 올려다 본다. 하던 일을 접고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태어나는 모습도 지켜 보지 못한 자녀가 있고 부모님이 아프시단 전화에, 아이들의 보고 싶단 말에 전화를 끊고 혼자 눈물 흘린 적도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동료들과 나누는 술 한 잔에 웃음을 찾고 서로 의지하며 힘을 얻어 오늘도 산업 현장에서 열심히 움직인다. 그리움을 참고 참으면 저 멀리 보이는 영롱한 무지개처럼 행복한 미래가 기다린다는 희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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