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행복 '휘게'
내면의 행복 '휘게'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17.02.1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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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연 수필가.

'한파주의보'라는 긴급재난문자가 경고음을 울리며 전해진다. 그러나 아파트 안에서는 전혀 체감할 수 없다. 겨울이면 한파가 아니어도 5평 남짓 방안에 찬기가 가득하던 시골집을 떠나 아파트로 온 지 3년이 넘었다.

아파트에서는 못 살 것 같다던 남편도 춥지 않은 겨울을 보내더니 흡족해했다. 살림도 전보다 윤택해지고 경제적인 안정도 이루었다.

행복도 그만큼 더 커지고 이중유리문이 닫힌 거실처럼 따뜻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밤늦도록 혼자인 날이 많아졌다.

시골집 작은 방에서 서로의 온기를 채우던 아들 둘은 스무 살 청년으로 자라 친구들을 더 찾게 되고, 남편도 개인적인 시간을 보냈다. 나도 늘 배우고 수업에 쫓겨 바빴지만 외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행복한가?' 라는 질문을 수없이 해봐도 예전의 빈곤했던 삶에서 누렸던 만큼 행복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하고 외친 것처럼 행복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지난해 12월에 KBS 인간극장에서는 '덴마크에서 온 산타클로스' 편이 방송됐다. 빨간 옷을 걸치고 구세군 종을 울리는 에밀 리우 센 씨는 거리의 산타클로스라고 불린다.

에밀 씨는 UN의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행복도 1위를 차지한 덴마크에서 나고 자랐다. 그는 두 번의 암과 싸운 후 더 많은 것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 12년 전 한국으로 와서 아내 서 유민 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좁고 낡은 월세 집에 살면서도 “우리 행복해요"라고 말했고 표정에서도 느낄 수 있는 데 그 이유를 그들은 '휘게(Hygge)'에서 찾았다.

'휘게'란 덴마크 사람들의 독특한 정서로 좋은 사람들과 아늑하고, 편안하고, 따뜻하게 보내는 시간, 그리고 그를 통해 느끼는 감정을 뜻한다.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것도 이 '휘게' 덕분이라고 한다. 호화스럽거나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가까운 가족이나 친지들이 모여 양초를 밝히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식사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면서 내면에서 행복의 원천을 찾는 것이다.

소박한 즐거움을 누리는 순간의 여유가 바로 '휘게' 이고, 늘 쫓기고 분주한 일상 속에서 행복한 삶을 만드는 요소들을 스스로 찾고 있다.

그 뒤로 덴마크의 '휘게'가 나를 사로잡았고 나만의 휘게 스타일을 찾으려고 애썼다. 창가에 놓인 남편의 의자에 앉아 밖을 본다.

낮은 상 위에는 거실 창가를 기웃거리는 새에게 줄 쌀도 몇 알 놓여 있다. 반 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남편은 그 자리를 좋아한다. 돌이켜보면 그런 시간이 남편만의 휘게스타일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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