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으로의 초대
숲 속으로의 초대
행복의 뜨락
  • 이명순
  • 승인 2016.07.1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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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순 수필가.

오랜만에 설렘을 느끼며 제주도에 갔다. 제주 공항에 내리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빗 속을 달려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절물 자연휴양림이다.입구부터 빽빽하게 늘어선 삼나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비가 와서 초록의 잎들도 더욱 싱그러웠다.

울창한 삼림에서 내 뿜는 숲 향기 때문인지 기분도 상쾌하다. 숲 속으로 가는 길은 연둣빛과 초록빛의 나뭇잎들이 농도를 달리하며 눈을 시원하게 했다. 더 깊숙이 들어가고 싶었지만 빗줄기가 멈추지 않아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왔다.

다음 여행지로 출발해서 달리다 보니 비는 그치고 맑은 하늘이 보였다. 절물 휴양림에서 더 머물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비자림으로 가는 길이다.

비자림은 말 그대로 비자나무 숲이다. 원시림처럼 비자나무들이 울창한 가운데 좁은 오솔길을 따라 한 시간 가량 걷는 코스인데 천년의 숲답게 순수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숲 속으로 들어가면 이 숲의 터줏대감을 만날 수 있는데 바로 새천년 비자나무다. 800년의 오랜 수령이 말해주듯 이 숲의 주인으로 당당히 버티고 서서 천년의 숲에 오는 사람들을 반겨 주고 있다.

비자림 숲 속의 오솔길은 화산 분화로 생긴 토양인 송이를 깔아서 붉은색의 흙길이다. 박완서 작가님은 '흙길을 걷고 있으면 나무만큼은 아니더라도 풀만큼은 못하더라도 그 생명력이 미소한 부분이나마 나에게도 미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했다.

화산 송이 흙의 오솔길을 걷다 보면 나도 맨 발로 걸으며 붉은 흙의 기운을 느껴보고 싶어진다. 초록의 숲이 주는 피톤치드 향이 가득하고 천년의 기운과 싱그러움이 눈을 맑게 해서 심신의 피로가 다 풀리고 건강하게 자연 치유되는 숲이었다. 무거운 삶의 짐도 이 숲을 걸으며 다 비워낼 수 있을 것 같다. 자연 속에 머물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다 벗어버리듯 가벼워졌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한 시간 남짓 숲 길을 걸으며 숲의 향기를 음미하고 숲의 소리에 귀 귀울였다. 이른 아침에 내려 준 비가 비자림 숲 길을 걷는 내내 청정함과 싱그러움을 더했다. 초록의 바늘 같은 비자나무 잎 끝에 송송 맺힌 빗방울을 보며 세상의 근심과 고단함을 잊었다. 숲이 주는 맑은 기운과 새 소리를 들으며 마음 깊은 곳까지 깨끗이 정화되고 새로운 희망을 갖을 수 있게 했다.비자림은 내게 그냥 숲 길이 아닌 힐링의 숲이었다.

누군가 일상에 지치고 힘들 때 여행을 떠난다면 제주 비자림으로 가라고 하고 싶다. 그 날이 초록빛 가득한 오월이면 좋겠고 비가 부슬부슬 내린 후라면 더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비자림 숲 속으로의 초대는 사계절 내내 언제 받아도 좋을 것 같다. 비자나무와 숲 길이 변함없이 반겨 줄 것을 믿기 때문이다. 비자림 초록의 숲 터널과 오솔길이 언제나 치유의 숲 길로 기다려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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