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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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16.02.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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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순 수필가.

일요일 오후에는 대소에 간다. 일요일이면 하고 싶은 일들도 많을 텐데 그들도 대소로 온다. 일하는 직장인이지만 일요일만큼은 학생들이다. 나이, 성별, 나라는 다르지만 같은 마음으로 모인 학생들이라 순수한 열정만으로 학습에 임한다.

그들은 낯선 곳에서 언어 소통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취업 현장에서 부지런히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외국인노동자들과 함께 한국어 수업을 한 지 오래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몇 달 사이에 정이 들었는지 이제는 가끔 안부를 주고 받기도 하고 일요일에 오지 않으면 궁금하기도 하다. 외국인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대부분 힘든 삶의 현장 일이다.

야근을 할 때도 많고 주야간으로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 싶어도 늘 올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모처럼 쉬는 휴일에 친구를 만나거나 기숙사에서 쉬고 싶은 마음도 크겠지만 그 모든 것을 참고 현재 살고 있는 이 나라의 언어를 배우겠다는 열정만으로 한국어 교실에 나온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것은 언어 소통의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직장에서도 경직된 위계질서 속에서 언어 장벽에 따른 소외감도 있을 것이고 언어 소통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도 있다.

일상 생활에서는 소통으로 관계 형성을 하고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덜 받고 싶은지도 모른다. 다수의 학생들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보고 싶어 하는데 말 그대로 한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이 시험에서 일정 자격을 갖추고, 뿌리산업에 해당하는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의 공정기술을 활용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업종에 근무하며, 사업장의 추천이 있을 때는 취업비자 형태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

뿌리산업은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根幹)을 형성하고 품질경쟁력 제고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한다. 바꿔 말하면 제조업에서 꼭 필요하지만 힘든 일들이다.

이 힘든 일에 종사하며 틈틈이 한국어를 배워 비자 형태를 바꾸고 싶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배우자와 자녀를 초대하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고향에 있는 부모님, 아내와 아이가 어찌 보고 싶지 않겠는가. 가족을 위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꿈과 희망을 가지고 찾아 온 이곳에서 그들은 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수업 시간에 편지쓰기를 했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편지를 쓰게 했는데 공통적인 내용은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였다. 휴가 받으면 빨리 고향에 가서 부모님,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어린 아기들을 보고 싶다는 내용을 보며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한국에서 일하면 가족과 행복하게 살 수 있어서 좋다는 그들. 자신이 현재 느끼는 행복을 가족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다. 그렇기에 몸은 피곤하겠지만 일요일이면 책을 들고 공부하러 나오는 것이다.

이십대 많아야 삼십대 초반인 그들은 아직 젊다. 이곳에서 젊음을 맘껏 누리고 싶은 순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한국어 공부에 매진하는 그들의 열정과 내 경험이 같이 공존하기를 바란다.

또한 늘 그런 마음으로 함께 하는 삶의 한 순간이 유익하고 즐겁다. 그래서 매주 일요일마다 그들을 만나러 가는 기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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