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햇빛
런던의 햇빛
행복의 뜨락
  • 한기연
  • 승인 2015.12.2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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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연 수필가.

올 해 유럽여행의 첫 관문으로 스페인과 포르투칼을 1월에 갔다 왔다. 그 때만해도 첫 유럽진출의 설렘으로 몇 달 전부터 행복과 떨림속에서 일상을 보냈다.

어쩌다보니 유럽운이 터서 여름이 끝나가는 8월 하순경에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영국, 스위스, 프랑스 4개국 일정이 잡혔다. 이탈리아를 제외한 3개국은 그야말로 점만 찍고 오는 여정이지만 또 다시 여행가기전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떠나는 순간까지의 소소한 즐거움을 어찌 놓칠 수 있으랴. 그런 가운데 두 번째 유럽여행은 조금은 담담하게 준비했다.

여행을 떠나는 순간까지 수업을 하고 정신없이 짐을 챙겨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길이 많이 막혔다. 혹시 미팅시간에 늦는 것은 아닌지 긴장이 되었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올라서야 두 번째 유럽여행이 실감이 나고 기대가 되었다.

카타르항공으로 중간경유지인 도하에 도착했다. 지난번 스페인 여행때 경유했던 곳이라 구경할 곳도 마땅치 않아서 휴식을 취했다. 17시간의 긴 비행을 끝내고 드디어 런던에 입성했다. 날씨는 우리나라 여름과 비슷했다. 투어가 시작됐다.

첫 관람지인 대영 박물관(British Museum)은 영국 런던에 위치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컬렉션의 규모가 가장 큰 박물관으로 유명하다. 미술사적으로 가치 있는 작품뿐 아니라 인간의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인류학적 유물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7백만 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소장품들은 인간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평가하여 선정된 작품들로서 각 지역과 시대를 대변하는 존재들인 셈이다.

거대한 규모의 박물관을 짧은 시간에 본 다는 것은 무리가 있기에 그 중에서 파르테논 신전과 미라를 봤다.

BC 2247년 전 파르테논 신전의 원본 일부가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었다. BC 2300년 전 부터 만들었다는 미라중에서 5400년 전 미라인 진저의 모습은 몇 천년 전의 세월을 거슬러 경이롭기까지 했다. 박물관을 나와서 유명하다는 런던브릿지에서 한 장의 사진을 남겼다.

천천히 감상하고 사색하며 거리를 거닐면서 런던을 느껴보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도 없이 인솔자를 뒤따랐다. 인솔자의 설명을 부지런히 들으며 틈틈이 사진찍으면서 런던의 모습을 기억할 수 밖에 없음이 아쉬웠다.

런던은 흐린 날씨가 대부분이라는데 오늘은 드물게 더운 날씨란다. 그래서인지 공원에서 자유롭게 햇빛을 쪼이는 영국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겨울에도 자외선 차단크림을 바르고 모자를 써서 햇빛을 피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자연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는 런던의 햇빛을 제대로 만끽하며 잔디밭에 누워 그들의 일상을 훔쳐보는 자유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을 꿈꾸며 모자를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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