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가꾸는 마음으로
꽃을 가꾸는 마음으로
행복의 뜨락
  • 이명순
  • 승인 2015.12.15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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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웃음이 매력적인 그녀를 만났다. 어떤 대화를 해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모습이 예쁘다. 심각한 이야기, 안 좋은 이야기도 즐겁게 말할 줄 아는 능력을 가졌다. 이십대 초반의 풋풋함이 물씬 풍겨나는 해맑은 미소를 지닌 그녀는 베트남에서 시집 온 결혼이주여성이다.

우리는 한국어 방문 교육으로 처음 만났다. 이런 저런 방문 이유를 설명하니 시간이 없어서 한국어 방문 수업은 안 하겠다고 한다. 한국에서 살려면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결국 거절당하고 돌아와야 했었다.

그런 그녀를 다시 만난 건 한국어 집합 수업을 통해서였다. 이후로 가끔 만나서 식사도 하고 집에서 베트남 음식을 맛 볼 기회도 있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베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만날 때 마다 늘 내게 뭔가를 주려고 했다. 사과를 가져 오기도 했고, 베트남 콩이라며 껍질째 볶아 먹으라고 요리법도 알려줬고, 어느 날은 대파 다섯 뿌리를 봉지도 없이 달랑달랑 들고 와 나를 놀라게도 했다.

그녀에게 나는 언어를 연결해 주는 통로이기에 친밀감을 느끼고 외로움 속에서 오는 정 나눔이기도 할 것이다. 대부분의 결혼이주여성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아직 정체성도 확립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낯선 곳으로 이주한 여성들이다.

남편과 나이 차이도 있고 확고한 자아 정립이 안 돼 결혼 생활을 힘들어도 한다. 하지만 무조건 순응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기도 낳고 엄마가 되며 빠르게 어른으로 성장해 가야 한다. 그런 그녀들의 마라톤 같은 인생에 나는 잠시 함께 뛰어 주는 페이스메이커일 뿐이다.

내 페이스메이커로의 역할은 이곳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가족 및 이웃과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한국어를 지도하는 일이다.

결혼이주여성의 가정 방문은 꽃을 가꾸는 마음으로 물을 주며 정성들여 키워 가는 심정으로 방문해야 한다고 했다. 그녀 또한 해결해 가야 할 문제들을 떠 안고 있다. 부부 문제, 가족 관계, 임신, 출산 등 많은 문제에 노출되었고 풀어가야 한다.

힘들겠지만 어쩌겠는가. 한국어라도 잘 배워서 옳고 그름을 분별하며 지금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아주기를 바란다.

까르르 웃을 때는 천방지축 소녀 같기도 하고 집안 일로 고민할 때는 여지없이 보통의 젊은 주부이기도 한 그녀. 지금 내가 느끼는 싱그러움과 풋풋한 감성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싶은 건 내 욕심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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