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리 와이파이
읍내리 와이파이
행복의 뜨락
  • 박윤희 수필가
  • 승인 2015.12.04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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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윤희 수필가.

대학교 1학년 아들이 모처럼 집에 왔다. 대학교에 들어가 실컷 놀더니 1학기 성적이 바닥이 되고서야 정신이 번쩍 들렀나보다. 시험공부를 한다며 가뭄에 콩 나듯 한 번씩 오는 아들과 모처럼 대화를 하였다.

대학생활은 어떤지, 친구들은 많이 사귀는지, 교수님들의 성향은 어떤지, 이것저것 물어보며 아들과의 대화의 주제를 찾고 있었다. 아들과 얘기를 하던 중 “엄마, 친구들이 나더러 촌놈이래?"라고 말하였다.

그 말에 “너 촌놈 맞아. 촌에 살면 촌놈이지? 그건 나쁜 말이 아니야." 사실 아들도 기분 나쁘다는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군 소재지 읍내리에서 살다가 처음 학교 때문에 시 소재지에 원룸을 살게 된 아들에게 친구들이 한 말이었다.

얘기인즉 도시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처음 가 본 곳이 많은 아들은 모든 게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럴 때 친구들이 “넌 이런 곳 처음이니? 너네 동네에는 없어?" 친구들은 이상한 듯 아들에게 물어볼 때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새로운 도시 생활에 빠져들고 있었다.

시골에서 살던 아들의 눈에는 도시의 못 보던 브랜드나 다양한 프렌차이즈들이 새로운 문화로 다가온 듯하다. 도시 친구들은 시골에서 왔다고 말하면 집 앞에 논두렁에 경운기가 다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것도 도시 사는 사람들이 시골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 오류 중의 하나인 것 같다.

나 역시도 얼마 전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가 아들과 같은 경험을 했다. 학창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의 모임에 갔을 때 친구들의 대화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을 너무 많았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살고 있다. 사는 것이야 거기서 거기였겠지만 도시에 사는 친구들은 문화적 혜택이나 문명의 발달을 가깝게 접하고 있기에 보고 경험한 것들이 많았다.

친구들의 대화는 영국 그릇 브랜드, 프렌차이즈 음식점, 마트 이름은 왜 이리 길고 어려운 외래어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그건 뭔데?"라는 나의 질문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대화의 리듬이 깨지고 대화가 끊기기를 반복하다

친구에게서 “넌 진짜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야?"라는 말에 나는 진짜 모른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랫동안 사는 곳이 달라 경험한 것이 다른 사람들끼리의 만남에서 생기는 거리감을 느낀 순간이었다.

8명의 친구 중 유일하게 나만 50년 가까이 고향에서 머물러 살면서 나름 자부심을 느끼며 열심히 살았다. 그런 나의 마음이 한 순간에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을 받고 돌아왔을 때 느끼는 공허함을 나의 아들이 그대로 경험하고 있었다.

우리 집이 가끔은 와이파이가 됐다 안 됐다 한다는 말을 했다가 말 귀 못 알아듣는 나에게 읍내리 와이파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무엇이 잘못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뒤쳐져 있는 기분이 든 것도 사실이다.

나름대로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접하도록 노력하고 지구촌 뉴스는 꼭 보는 내가 친구들의 대화에 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도시와 시골의 격차가 심한 것일까? 아니면 관심도가 다른 것일까? 나는 스스로에게 후자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야 나름 시골에 사는 나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많은 고민과 생각 끝에 나는 결론을 냈다.사람들은 모두 다양하여 생각하는 게 다르고 경험한 것들이 달라서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만 몰두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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